전통과 시대성

고등학교때부터 한국화를 전공한 나는 어떻게 하면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해석할 지에 대해 늘 고민이 많았다. 그 고민은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계속 이어졌는데 뚜렷한 답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동대학원 진학보단 외국으로 유학을 선택했다. 호주에서 디자인과 현대미술을 공부하며 한국화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여러가지 변화를 모색하는 좋은 시간이 가지게 되었다. 전통은 지키되 한국화를 조금 더 대중적이고 현대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근래에 민화가 새롭게 관심과 조명을 받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기교 위주의 과거 답습에만 그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을 민화로 표현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민화는 소박하고 위트 있는 그림으로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라 생각했다. 민화의 기법이나 전통 재료는 유지하되 그것에 현재의 시대성을 담고자 하였다. 한지가 주는 따뜻한 느낌과 자연의 색을 닮은 동양화 물감인 분채는 다른 재료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번거로운 점이 있으나 그 자연스럽고 따뜻한 느낌을 대체 할 만한 재료를 찾기가 힘들기 때문에 고수하였다.



제주 민화의 시작

오랜 해외 생활 후 제주가 좋아서 제주로 이주하였고 자연스럽게 내가 살고 있는 제주를 담고 싶어졌다. 그러다 옛 조상들이 지금 제주에 살았다면 어떻게 표현했을까 하는 재미난 상상을 시작으로 나의 제주 민화가 시작되었다. 제주의 아름다움을 한국적이고 따뜻한 느낌의 민화 기법과 소재로 표현하되 지루하거나 고루하지 않도록 현대적이고 친근하게 재해석 하여 표현 하고자 하였다. 기존의 민화는 색상이 아름다운데 비해 그 색감이 현대의 미감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하여 조금 더 친숙하고 따뜻한 느낌이 나는 파스텔 톤을 주로 이용하였다. 제주에 이주하여 살면서 보고 느꼈던 제주의 모습을 실제적인 풍경의 재현보단 그곳에서 느꼈던 감정에 더 집중하여 심상 속 제주를 표현하였다. 주제는 점차 제주 풍경에서 제주의 문화와 사람에게로 확장된다. 그림 속에는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뿐 아니라 인간을 대체하는 고양이가 등장하는데 이는 내가 제주에 와선 만난 고양이 도롱이에 대한 애정이며 더 나아가 인간 외의 다른 생명에 대한 존중이다. 고양이를 인간으로 표현하여 조금 더 친숙하고 자연의 동화된 모습을 표현코자 함이다. 인간에 의해 파괴되어가는 제주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담아 자연과 공존하는 아름다운 제주가 되길 바라며 자연과 인간 동물이 공존하는 모습을 그림 속에 표현하였다.



민화의 대중화

민화는 과거의 대중예술 이었다. 양반 에게만 향유 되었던 한국화를 대중화 시키는데 민화는 큰 역할을 하였다. 그 뜻을 잇는 것이 민화를 모작하는 것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스로 민화 팝아티스트라 이름 붙이고 그림뿐 아니라 다양한 아트 상품을 제작하거나 온라인이나 마켓 참여 그리고 일반인들이 쉽게 민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렇게 민화의 대중화를 꿈꾸며 관객과 소통하며 쉽게 다가가려고 노력 중이다.



- 작가노트 중 -